벌집 때문에

두어 달 전 쯤 사택 난간에 벌집이 생겼습니다. 밤톨만한 벌집에 제법 커다란 벌 한마리가 보초를 서고 있습니다. 보통 꿀벌보다 크기가 커 인터넷을 찾아보니 말벌 가운데 한 종류로 종말벌과 가장 유사했습니다. 모기약이라도 뿌려 쫓아낼까도 생각을 했지만 아이들이 신기해하고 재미있어 할 것 같아 그냥 놔두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보여주었더니 제법 신기해하며 즐거워합니다. 아침저녁으로 사택을 들고 날 때마다 자꾸만 보게 됩니다. 어떤 때는 보초를 한 녀석이 아니라 두 마리, 세 마리가 설 때도 있는 것이 신기합니다. 이들보다 강한 장수말벌과 같은 벌이 아닌 일반 벌들은 함부로 접근하기가 겁이 날 정도로 제법 큰 녀석들이 벌집을 감싸고 둘러 보초를 서 있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모기망을 사이에 두고 그 위험한 녀석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 지켜보는 재미를 더해 주었습니다. 이런저런 일로 열흘 정도 벌집을 지켜보던 일을 하지 못하다가 지난 주중에 벌집이 궁금하여 창문을 열었더니 그 밤톨만한 벌집이 어린아이 주먹만 하게 커졌고 보초를 서는 벌들의 숫자도 훨씬 많아졌습니다. 이런 속도로 벌집이 커 가면 나중에 뒷감당이 어렵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녀석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벌집을 떼어내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녀석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어떻게 벌집을 떼어내느냐였습니다. 모기약을 뿌리면 한 순간에 녀석들을 벌집에서 떼어내고 모기망을 열고 걷어내면 되지만 벌의 생존이 인간의 생존에 깊은 영향을 주는 것을 알기에 함부로 모기약을 뿌릴 생각은 아예 하지도 못했습니다. 모기망 틀을 벌이 도저히 들어오지 못할 만큼만 열고 작은 주스 빨대로 벌집을 흔들었습니다. 벌집에 붙어있던 열 마리 정도되는 말벌들이 난리가 났습니다. 자신들의 집을 흔들고 있는 정체불명의 흰색 물체 앞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한 참을 빨대로 흔들어 댔더니 벌집이 떨어졌는데 모기망 앞 난간에 떨어졌습니다. 벌들이 혼비백산하더니 떨어진 자신들의 집으로 한두 마리씩 또 다시 모여들어있습니다. 빨대가 닿지 않을 만 한 거리에 벌집이 떨어져 있는데 벌들은 여전히 벌집에 달라붙어 있으니 더 난감하게 되었습니다. 긴 종이를 얇게 접어 모기망 틀 틈으로 내밀어 난간에 있는 벌집을 밑으로 떨어뜨렸습니다. 진땀이 나는 십여 분간의 싸움에서 이기긴 했습니다. 벌집이 달려 있던 곳 주위로 벌들이 한두 마리 상황 파악을 하려는 듯이 나타났다가 어디론가 사라지기를 반복을 합니다. 분명 벌집을 밑으로 떨어뜨려 이긴 것 같은데 갑자기 집을 잃어버린 벌들의 모습을 보니 이긴 것 같지 않고 오히려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다음날 아침 혹시나 하고 벌집이 붙어 있던 자리를 보니 세마리 벌들이 붙어 있습니다. 새로 집을 지으려는지 아니면 이후 대책을 논의를 하는 것인지 머리를 맞대고 모여 있는 모습에 집을 떨어뜨린 것이 조금은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님이 지은 세계에서 공존하도록 지어졌을 터인데 공연히 벌집을 건드렸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벌들의 개체수가 예전에 비하여 현저하게 감소하여 이러한 현상이 인간 생존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어떻게든 벌들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다른 곳으로 쫓아내려한 것인데 몇 마리가 여전히 남아 그 자리를 맴돌고 있는 것이 안쓰럽습니다. 그들에게 감정이 있고 의지가 있다면 그들의 심정은 분명 지난 포항지진으로 자신이 살던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1년이 넘도록 강당에 다닥다닥 세워진 텐트생활을 하고 있는 이웃들의 마음 같았을 것 같습니다. 온 나라가 일본과 경제전쟁, 역사전쟁에 몰두하다가 이렇게 하루아침에 살던 집을 떠나 1년이 넘도록 텐트 생활을 하고 있을 이백 여명의 이웃들이 점점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가고 있습니다. 갑자기 집을 잃어버려 방황하고 있는 벌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려움 가운데 힘든 삶을 버텨내고 있을 이웃을 봅니다. 그들을 도울 방법을 찾아 그들에게 작은 위로라도 보태고 싶습니다. 선한 사마리아 사람이 그리운 때를 살고 있습니다. 모두가 서로에게.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