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보문호에서

신학대학원 동기 목사님들 중에 가깝게 지내는 몇 명의 목사님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 한 분이 태국선교사로 헌신하여 30년이 넘도록 사역을 하고 계십니다. 서서히 고장이 날 나이가 되어 그런지 눈에 녹내장이 생겨 6개월에 한 번씩 한국에 들어오셔서 병원을 찾습니다. 친구 선교사가 한국에 들어왔다고 포항에 있는 다른 친구목사님이 초대를 했습니다. 워낙 멀어 당일로 다녀오기에 만만한 일이 아니었지만 40년 가까이 지내온 친구의 부름이라 군말 없이 다녀왔습니다. 포항까지 기차를 타고 내려갔는데 차에 태우더니 한 시간 가까이 달려 경주 보문호 둘레길에 내려놓습니다. 풍광이 너무 아름다워 동서남북을 모두 둘러보아도 그림엽서에 들어갈 만한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보문호를 넘어 미끄러지듯이 불어오는 남풍은 그동안 수고했노라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는 주의 손길처럼 부드럽습니다. 그런데 느닷없이 사람들의 괴성이 들려옵니다. 보문호 인근에 만들어 놓은 놀이동산에서 나는 소리였습니다. 각종 놀이기구들 위에 올라타 있는 사람들이 내지르는 소리였습니다. 빠른 스피드로 내달리는 각종 놀이기구에 올라타 중력을 거스르며 순간의 엑스터시를 누리겠다는 데야 할 말이 없지만, 순간 현대인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만들어 놓으신 하늘과 산과 호수와 다양한 풀과 꽃 그리고 각종 새들을 보며 하나님의 영광을 보게 하셨지만, 죄로 말미암아 보는 눈이 가려져버려 인간이 만들어 세운 기구에 올라타 괴성을 지르며 그 순간만이라도 삶의 절망을 잊고 싶어 하는 것 같아 측은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사람들은 지금보다 좀 더 자극적이고 짜릿한 놀이기구에 점점 더 집착을 할 겁니다. 미국 시카고에서 북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6 flag‘ 라는 놀이동산이 있는데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낙차를 갖고 있는 놀이기구들이 즐비합니다. 조만간 한국 어디에선가 이 보다 더 높고 낙차가 큰 놀이기구들이 등장을 할 겁니다. 얼마 전 꽤 유명한 가수와 대기업 손녀 출신 배우가 마약투약 혐의로 경찰에 체포가 되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인격적 존재인 인간의 실존적 절망의 중간 단계 가운데 하나가 자극적인 놀이기구 일 겁니다. 만족하지 못하는 상실한 마음들이 안타깝게도 마약에 노출이 되고 만 겁니다. 생각해 보면 그들만의 문제로 넘겨 버릴 문제가 아닙니다. 예수의 복음이 아니면 결국 치명적인 존재론적 절망 앞에 서게 되는데, 쉐퍼 박사의 예언 아닌 예언처럼 ‘자살’아니면 ‘마약’입니다. 그리고 아예 니체처럼 미쳐버리는 겁니다. 보문호의 잔잔함을 깨뜨린 괴성들이 여러 때와 달리 안쓰럽게 들립니다. 놀이기구에 계속 올라 앉아 삶의 절망을 잊게 할 자극이 계속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술을 찾을 것이고 이것이 타성이 되면 더 자극적인 것을 찾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놀이기구 때문에 나는 괴성이지만 살려달라는 애원처럼 들립니다. 그 애원에 대한 유일한 위로는 오직 예수의 복음뿐입니다. 그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그 예수를 만나 보문호 둘레길을 걸으며 눈에 들어오는 것마다 예쁘고 감사하고 따뜻합니다. 이렇게 좋은 것을 누릴 때마다 대학교회 성도들이 생각이 납니다. 사랑하기에.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