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군

두어 달 전 하루는 아들 성주가 초등학교 친구(정일우)가 드라마에 나온다면서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습니다. ‘해치’라는 사극드라마였는데 그 때부터 지금까지 특별한 일이 없으면 아내와 함께 앉아 이 드라마를 보아왔습니다. 아들의 친구라니 연기 하나하나에 공연한 동정심이 생겨 좋게 보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군에 다녀 온 이후에 연기력이 많이 좋아졌다는 생각에 아내도 맞장구를 칩니다. 대부분 사극 드라마는 시간이 없어 그렇지, 할 수만 있다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는데 이런 이유에서라도 매주 마다 사극 드라마를 보고 있으니 나름 즐거움이 있습니다. 사극 드라마를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가끔 연기자들의 주고받는 대사 가운데 배울 것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해치’라는 드라마는 ‘김이영’이라는 작가의 작품인데 나름 맛깔스런 대사가 가끔 귀에 쏙쏙 들어옵니다. 특히 조선 19대 왕인 숙종 때부터 권력을 쥐락펴락 해 온 노론의 수장이었던 좌의정 민진원(드라마 상의 이름)입을 통해서 일러주는 정치에 대한 이야기는 권력의 속성을 나름 잘 표현하고 있어 배울 것이 있어 좋았습니다. 그러나 아쉬움도 많았는데 연출자가 들으면 섭섭하겠지만 연출은 여전히 허점투성이고 시청자의 매의 눈을 너무 간과한 것 같다는 장면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드라마라는 틀 안에 있다는 한계를 알기에 이도 귀엽게 여겨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지난 화요일 저녁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한 대사가 있었습니다. 드라마에서 연잉군 세제가 조선 21대 영조대왕의 왕위에 오르자 그를 왕위에 앉게 하기 위하여 애를 썼던 그의 길벗들이 하나둘 떠나가는 장면이 나옵니다. 오늘날 정치세계의 모습과 오버랩이 되면서 현대정치가 조선시대 정치만도 못한 건 아닌가라는 생각을 잠시 해 보았습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내 사람 심기’가 상식처럼 되어 있는 현대정치의 모습과 너무 다른 신선한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연잉군의 곁을 늘 지켜 왔던 사람 가운데 ‘박문수’(물론 가상 인물일 겁니다.)라는 사헌부 감찰이 있는데 연잉군이 왕위에 오르자 사직서를 내고 평민으로 돌아갑니다. 그러면서 혼자 독백하는 장면이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전하, 그동안 전하의 곁에서 전하를 섬길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이 대사를 듣는데 정신이 번쩍 드는 겁니다. ‘나는 나의 주군이신 예수님을 섬기면서 이런 행복을 누리고 있는 건가?’ 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가 따르던 주군이 왕위에 오르자 자신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평민으로 돌아가는 모습에서 ‘내려놓음’, ‘자기 부인’을 깊이 묵상하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을 나의 주군으로 섬기면서 더 행복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더 내려놓아야 하고 더 자기 부인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드라마는 드라마인데 복음으로 녹여내면 나름 은혜가 있습니다. 나의 영원하신 주군이신 예수님을 찬양합니다. 그의 왕위를 흔들자 없음에 더욱 감사합니다. 이런 영원한 주군 섬길자를 만난 행복이 너무너무 감사할 뿐입니다. 대학교회 모든 성도들이 이런 감사 행복 기쁨이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