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살아있는 사람의 몸속에는 피가 흐릅니다. 그 피의 흐름이 멈추면 죽음입니다. 현대 문명화된 사회는 사람의 몸속의 피와 같은 것이 흐르는데 바로 전기입니다. 피의 흐름이 멈추면 몸이 죽는 것처럼 전기의 흐름이 끊어지면 제 아무리 첨단 문명화된 사회라 할지라도 원시사회의 모습이 되어 버리고 맙니다. 초고층빌딩에 설치된 고급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못하고 예전 원시인들이 살았던 모습처럼 계단을 오르고 내려야 합니다. 시속300킬로미터에 육박하는 고속열차도 제자리에서 꿈쩍하지 못합니다. 현대사회에 가장 강력한 존재감을 과시하는 인터넷과 핸드폰도 무용지물이 되고 맙니다. 그래서 선진국과 후진국의 겉으로 드러난 현저한 차이는 곧 국민 일인당 전기사용량으로 가늠을 합니다. 전기에 의한 각종 기계장치들이 발달하고 심지어 내연기관에 의한 자동차들도 점점 전기자동차로 바뀌어가고 있어 전기에너지를 어떻게 만들어내고 관리하는 것이 정치와 맞물려 있을 정도입니다. 이웃나라 일본이 지진으로 인한 엄청난 쓰나미 재난을 당하여 동일본 후쿠시마지역에 있던 원자력발전소에 심각한 문제가 생겨, 수십 년 전에 있었던 체르노빌원전 사고의 악몽을 떠오르게 했습니다. 절묘하게 바로 이 때 대선이 치러졌고 탈 원전 이슈가 선거공약에 부각이 되었습니다. 탈 원전 공약을 내세운 새로운 정권이 등장하면서 지난 수년간 진행하여 오던 몇 개의 새로운 원전에 대한 작업이 전면 백지화가 되었고, 앞으로 기존 운영해 오던 원전을 향후 몇 년 까지 전면 가동을 중단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 자리를 친환경으로 만든 전기로 대체하겠다는 꿈과 함께 말입니다. 희한한 모습이 등장했습니다. 전기 분야의 전문가들은 심각한 우려를 말하는데 전기의 문외한 들인 정치하는 분들은 희망을 이야기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몸속의 피와 같은 전기는 정치논리로 풀 문제가 아니라 이 분야의 전문가들이 풀어가야하는데, 이런 모습이 영 불안하기 그지없습니다. 동 일본 원전 사고로 인하여 전세계가 우리의 정치하는 분들이 원전에 대하여 갖는 생각으로 가야하는데 이상하리만치 전 세계는 친원전 쪽으로 가고 있어 혼란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유독 ‘우리만 옳아!’라는 아집처럼 보이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전기문제는 우리사회의 결국 생명의 문제입니다. 전기가 없는 병원은 상상할 수 없는 재앙입니다. 당장 비상 발전기를 돌려 하루 이틀 응급으로 버텨낼 상황이 아닙니다. 원전으로 인한 수많은 부작용(이 부분도 이 분야의 전문가들의 말을 신뢰해야 하는데)을 헤아리기 전에 피부에 당장 와 닿는 발전단가의 상승에 대한 문제를 넘어 전기 없는 세상을 상상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화력발전소를 중지 시켜야 한다는 말이 터져 나옵니다. 우리나라 전체 전기 생산을 원전이 몇 프로, 화력발전이 몇 프로, 친환경 발전인 풍력, 태양광, 수력 및 조력 발전이 몇 프로인지 전문가가 아니어서 정확히 모르지만 전문가들이 이 문제에 대하여 일러주는 말을 들어보면 상식적으로 계산이 나오지 않습니다. 오늘 점검을 위한 의도적 정전이 5시간 동안 있습니다. 보통 불편한 게 아닙니다. 정치하는 분들이 이야기하는 원전에 대한 불안도 없고 친환경으로 필요한 전기를 공급해 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이와 같은 상황의 그 깊은 내막을 자세히 알 수 없는 보통 사람의 하나로 불편한 마음은 어찌 할 수 없습니다. 전기로 인한 편리함에 이미 너무 깊이 들어와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면서 주님을 그 만큼 의지하고 신뢰함으로 살고 있는지 주 앞에 부끄럽기만 합니다. 어떻게 보면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들은 주 없이 살 수 있어도 전기 없이는 못 사는 모습이 이미 되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전기 없이는 살아도 주 없이는 살 수 없는 것이 우리들이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정전으로 영원하시고 무한한 에너지의 근원되시는 모든 것의 모든 것이 되시는 주님의 능력을 묵상해 봅니다. 역쉬! 주님뿐입니다. 정전도 없고 친환경에 문제도 없고 한 번도 우리의 삶에 부작용이 없으신 항상 선하신 분으로 우리의 삶을 안아주셨기 때문입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