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돌보심으로

  남향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왕복4차선을 사이에 두고 단독주택 단지가 있었기에 한 겨울 동짓날에도 하루 8시간 하루 종일 따뜻한 볕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웬만한 추위가 아니면 보일러를 틀지 않아도 생활하는데 그리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이와 같은 따뜻한 볕을 누릴 때마다 하나님의 창조의 솜씨에 감사를 드리곤 했습니다. 그런데 살고 있는 아파트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재개발 바람이 불면서 몇 년 전부터 단독주택들이 빈집이 늘어갔습니다. 늘어나는 빈집들 때문에 동네가 을씨년스럽기 그지없어 빨리 재개발이 되어 번듯한 아파트가 들어서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졌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아파트 공사를 앞두고 아파트 재개발 조합과 시공사에서 주민 공청회를 여는데 충격입니다. 29층 아파트를 올리겠다는 겁니다. 이는 그동안 누렸던 따뜻한 볕을 더 이상 온전히 누릴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기에 주민들은 반대를 했지만, 주무관청에 건축허가를 받아 진행하는 것이기에 막을 방도가 없습니다. 이미 20층 정도 높이까지 올라갔는데 벌써 하루에 절반 정도도 볕이 들어오지 않습니다. 주민들이 변호사를 선임하여 일조권문제로 소송을 하면서 일조권을 측정하는 전문기관에 의뢰한 결과 하루 480분에서 130분으로 현격하게 줄어든다는 말에 기가차지만, 좁은 땅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사는 너와 나의 인간의 탐심이 만든 열매를 고스란히 따고 있다는 생각에 할 말이 없었습니다. 초겨울이지만 예년과 달리 벌써 집안이 춥습니다. 궁리 끝에 내린 결론은 20년이 되어 낡은 창호를 새것으로 바꾸면 일조량이 줄어든 것을 보상하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를 생각하여 지난 주간에 창호교체 공사를 했습니다. 공사를 할 수 있도록 준비 작업을 하는데 차라리 이사를 가는 편이 나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감기 몸살이 옴팡 들어 몸에 기운은 하나도 없는데 무거운 장롱을 옮기는 것은 거의 형벌 같은 수준입니다. 공사는 지난 주간에 이미 끝났지만 집안의 집기들을 원래 있던 자리로 돌려놓는 일은 아직입니다. 아주 조금씩 천천히 감기몸살이 다시 도지지 않을 만큼만 몸을 움직여 이 일을 하려니 일에 효율도 없고 답답하기 그지없습니다. 아직 한 겨울을 지나보지 않아 생각한 것만큼 효과가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주께서 고생한 것에 보상을 해 주시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주님께 한 푼도 난방비를 드리지도 않고 그 따뜻한 볕을 누렸으니 그동안 너무 감사했다는 생각이 가득합니다. 햇빛이 조금 가려지는 것에도 이런 난리를 치렀는데 주께서 마지막 때에 이 태양 불을 꺼버리신다면 아니면 지구를 태양쪽으로 조금만 움직이신다면 빙하기가 오든지 지구 위에 있는 모든 것들이 녹아 없어지고 말 것을 생각하니 땅에 발을 딛고 사는 인생이 주 앞에 정말 겸손해야겠다는 생각뿐입니다. 햇볕뿐이겠습니까? 우리의 삶의 모든 것들은 아버지의 사랑으로 늘 섬세하게 우리를 돌보시는 주의 은혜로 사는 겁니다. 호흡도 보고 듣는 것도 우리의 삶의 그 어떤 것도 주의 은혜 아닌 것이 없음이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샬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