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이게 목회야!

  걸렸습니다. 어떻게든 피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이번 감기는 피하지 못하고 제대로 걸려버렸습니다. 올 한 해 동안 이런 저런 치료를 위한 각종 검사와 수술 그리고 길지는 않았지만 몇 가지 약으로 몸이 시달려 피곤했는지 걸려도 옴팡 걸리고 말았습니다. 평소에도 감기는 잘 안 걸리기에 이번에도 끄떡없이 넘어 설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봅니다. 토요일날 C 전도사님이 대학부 설교를 하는 것 까지는 봤는데 소예배실에 권사님들이 김장을 마치고 차려놓은 보쌈을 마다하고 집으로 쏜살같이 들어간 것을 보고 심상치 않다는 예상을 했는데, 주일날 만난 전도사님의 모습이 병원에 오래 입원했다가 방금 퇴원한 환자가 두꺼운 패딩을 입고 나타난 것 같아 보입니다. 어떻게든 피해보려고 예배 전 영접실에서 모이는 예배 전 기도모임도 취소하고 강단으로 직행을 했습니다. 1부 예배가 끝나고 전도사님 표정을 보니 온 몸에서 아프다는 신호를 보내옵니다.

  마침 드보라 여선교회 헌신예배 설교를 마치고 나자 다른 주와 달리 몸이 천근만근입니다. 결국 걸렸다는 사인이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을 했습니다. 집으로 달려가 속히 누워야겠다는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이미 성악과 형제(수요예배 엔크리스토 성가대, 주찬양선교단 총무)와의 약속 때문에 집에서 한참 떨어진 강북 노원구로 가야했습니다. 3일 동안 열린 개교100주년 기념 오페라 마지막 날 메인 주인공을 맡았기 때문입니다. 모든 공연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주일 재정부 결제를 처리해야 하는 1130분을 넘겨 1140분이 되어버렸습니다. 12시 넘어 겨우 자리에 누었는데 이미 돌이키기에는 늦었습니다. 주일날 전도사님의 표정이 엄살이 아님을 벌써 나흘 째 온 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잠이 들었다가도 몸이 아파 잠을 깰 정도입니다. 보통 하루 이틀 이런 아픔이 지나면 회복이 되곤 했는데 이번 녀석은 좀처럼 수그러들 조짐이 보이질 않습니다.

  오페라에 함께 동행한 아들이 힘들어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곤 아빠, 이게 말이되. 그 피곤한 주일날 가까운 곳도 아닌 이곳까지 와서 오페라를 본다는게 말이야. 그것도 이미 금요일 날 한 번 봤다면서요.” 아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말은 이 한 마디 밖에 없었습니다. “아들아 이게 목회야저만 이런 치열함으로 살지 않을 겁니다. 대학교회 모든 성도들이 삶의 현장에서 어떤 간절함으로 사는지 안 봐도 눈에 선하기에 부서질 것 같은 아픔 가운데에서도 성도들의 평안함이 눈에 밟힙니다. 매 주일 우리는 주의 도우심으로 아주 무너지지 않고 그렇게 평안함으로 만나 함께 예배드릴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이미 기적을 누리고 있는 셈입니다. 주의 돌보심의 기적 같은 은혜 없이는 우린 아무것도 아니기에 말입니다. 샬롬!